“청년들은 다들 어디 가고”… 손주들 포기한 ‘이곳’, 700만 할아버지가 ‘주인공’ 됐다

“청년들은 다들 어디 가고”… 손주들 포기한 ‘이곳’, 700만 할아버지가 ‘주인공’ 됐다

## 청년 줄고, 할아버지 늘고 60세 이상이 노동 주력으로 ...

“청년들은 다들 어디 가고”… 손주들 포기한 ‘이곳’, 700만 할아버지가 ‘주인공’ 됐다

청년 줄고, 할아버지 늘고

60세 이상이 노동 주력으로

고령층

사진 = 연합뉴스

청년이 사라진 자리를 채운 것은 다름 아닌 고령층이었다.

통계청이 2025년 6월 1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취업자 수가 한 달 사이 24만 5천 명이나 늘었는데, 그 주역은 더 이상 청년이 아니다.

60세 이상 고령층이 처음으로 취업자 700만 명을 돌파하며 노동시장의 중심에 우뚝 섰다.

놀랍게도,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0곳에서 청년보다 노인이 더 적극적으로 일하거나 구직활동을 하는 이른바 ‘실버 크로스’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고령화 문제를 넘어, 청년층의 ‘노동시장 이탈’이라는 깊은 사회적 구조 변화를 보여준다.

60세 이상 취업자 704만 명 돌파

고령층

사진 = 연합뉴스

지난달 취업자 수는 총 2916만 명으로 전년 대비 24만 5천 명 증가했다.

그중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는 무려 37만 명 늘어, 사상 처음으로 704만 9천 명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취업자 중 약 24%가 노령층인 셈이다.

고용률 지표로도 이런 변화는 분명하다. 전체 15세 이상 고용률은 63.8%로 소폭 상승했지만, 청년층(15~29세)은 46.2%로 0.7%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고령층(60세 이상)은 49.4%를 기록해 불과 0.1%포인트 차이로 청년을 따라잡았다. 이 지표는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통계청 관계자는 “취업자 증가의 핵심은 고령층”이라며 “일자리 수요가 늘어난 데 비해 청년들의 이탈이 계속되고 있어, 노동시장 구성 자체가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부터 뒤집힌 노동지도… 대도시로 확산 중

고령층

사진 = 연합뉴스

가장 충격적인 변화는 지역별 경향에서 드러났다.

통계청이 16일 공개한 국가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국 17개 시도 중 10곳에서 60세 이상 경제활동참가율이 청년층을 앞질렀다.

제주에서는 노령층 경활률이 58.6%, 청년층은 42.6%로 무려 16%포인트나 차이 났다.

전남(-14.8%p), 경북(-12.0%p), 경남(-11.0%p), 전북(-10.6%p) 등 비수도권에서 이러한 격차는 더욱 두드러졌다.

이런 흐름은 이미 대구, 광주 등 대도시로 번지고 있다. 광주는 2021년 이후 대부분 분기에서 노인이 청년보다 더 활발하게 노동시장에 참여했고, 대구도 2024년 2분기부터는 이 현상이 고착화됐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으로 몰리는 청년층의 인구 이동이 지방 노동시장을 노령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수도권으로 이동한 20대 인구는 5만4천명에 달했다.

일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살아야 해서

고령층

사진 = 연합뉴스

60세 이상 경활률이 높아지는 현상은 단순히 건강해진 고령자의 자발적 경제활동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이면엔 빈곤과 생계의 압박이 자리하고 있다.

2023년 기준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38.2%로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65세 이상 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연금은 80만원에 불과해, 1인 가구 최저생계비 134만원(2024년 기준)을 채우지 못한다.

그러나 고령층 취업자의 상당수는 비정규직으로, 고용 불안정과 소득 불균형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기준, 60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는 281만2천명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청년들은 점점 구직을 포기하는 반면, 노인은 경제적 이유로 계속해서 노동시장에 머무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며 “당분간 이 흐름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년은 사라지고, 노인은 버텨낸다

고령층

사진 = 연합뉴스

눈여겨볼 점은, 청년층이 스스로 구직시장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일도 구직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이 지난달에도 39만 6천 명에 달했다.

이는 13개월 연속 증가한 수치이며,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 불안정, 양질의 일자리 부족, 대기업의 경력직 선호 등으로 청년들이 노동시장에서 멀어지는 반면, 경제적 필요에 의해 고령층은 계속 일터에 남아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청년 고용 활성화와 고령층 일자리 질 개선을 위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한수

자동차 경제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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